용두사미라고 하기엔 뱀한테 미안한, MBC 납량특집극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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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의 매력, 그리고 남주인공 신류의 매력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이다.

누구든지 선(善)과 악(惡)의 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인간의 악한 본성은 사회적 도덕과 가치관에 의해 제재되며 동시에 선(善)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때때로 인간은 악해지기(이기적이 되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자신이 가지고있는 것에 위해를 가져올 때, 또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등등...


'혼'의 신류는 인간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아주 잘보여준다.

사회가 불법(여기서는 살인)을 저지른 인간을 법으로 처벌하지 못한 상황,

불법을 저지른 자가 법의 보호를 받는 모순된 상황에서


신류는 법을 초월하여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빙의된 하나를 이용하여 범죄자들을 죽이는 도덕적 살인.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신류와 하나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심적으로 동조하게 되지만,

동시에 의문 또한 갖게된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살인은 과연 정당한가?

도덕적 선(善)을 위해 행한 살인은 과연 선인가? 아니면 악인가?



법이 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로지 사회적 강자들을 위한 제도로서만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신류가 보여준 불법을 통한, 그리고 귀신을 이용한 단죄는 쾌감을 주는 동시에,

'과연 그것이 선인가? 아니면 악인가?'의 흥미로운 화두를 던져줬다.



이것이 바로 신류의 매력이자 드라마 '혼'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악마'가 되어가는 신류와 빙의되어 살인을 저질렀던 기억을 찾은 하나, '절대악'인 백도식(김갑수 분),

이들의 결말은 어찌될것인가?


아마도 이것이 몇 안되는 시청자들이 '혼'에 열광한 이유였을 것이다.(그리고 이 3인의 뛰어난 연기력!)






칭찬은 여기까지...



드라마 '혼'은 과감하게도 프롤로그에서 결말을 먼저 보여준다.

피묻힌 흰 원피스를 입고'내안에 악마가 있다'며 죽여달라는 하나와 눈물을 보이며 하나를 목조르던 신류,

그리고 하나를 늘 보호하던 시우의 분노...


여기에 제작진은 반전이 있다고 떡밥까지 투척한다.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9/01/200909010771.asp






그런데 결말은...?


웬만하면 욕 안하는데('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이 하늘로 가는 어처구니 없는 엔딩을 보고도 참았다)

낚였다 ㅅㅂ;;



'밀폐된' 창고에서 미쳐날뛰며 자신을 죽이려는 아들을 살해하여 수감된 백도식이

뜬금없이 나타난 목격자에 의해 정당방위로 사면되는 9화때부터 눈치챘어야했다.

조금만 참으면 봐줄만 했던 시우의 연기가 9화 마지막에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수준까지 되었을 때 눈치챘어야했다.


10화는 흔한 '재연 드라마' 수준도 못되었다.

10년전 일요일 오전 sbs에서 하던 '반전드라마', 딱 그 수준. 아니 그만도 못했다.



4화까지는 빠른 전개와 좋은 연기, 그리고 고민할 만한 화두를 던졌던 이 드라마가

5화-8화를 거치면서 느슨해지고 물음표를 던지더니,

9, 10화에선 반전드라마보다 못한 내용을 보여주고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결말과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주었다.



정말 재미있는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주위에 추천하고 다녔던 내 입에서 발냄새가 나는 느낌이다.

회가 지날수록 같은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이 드라마...

도대체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중간에 작가가 바껴서?

사전제작이 아니라 시간에 쫒겨서?

출연진 다수가 포진한 제작사의 압력때문에?



다른 건 모르겠고,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혼'이 드라마면 파리가 새다.




p.s. 개인적인 추측이 있긴하지만 그걸 쓰는 건 좀 위험하니 사실인 것들만 몇 가지 적는다.
(사실관계로부터 추측은 개인의 자유니깐...)

1.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연기력에서 문제를 보인 출연진들(이혜원 역의 이진, 윤두나 역의 지연, 정시우 역의 박건일, 그리고 신류 여동생역의 보람)은
모두 다 그 유명한 김광수 사장의 코어콘텐츠미디어 소속이다.(지연과 보람은 티아라, 박건일은 초신성)

2. 드라마의 OST인 '령혼'을 부른 양파 역시 같은 소속사다.

3. 드라마를 코믹으로 만든 엔딩송 '거짓말'의 티아라는 요즘 엠넷을 틀면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티아라의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엠넷과 관계가 있다)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735205

4. '혼'은 자체제작 드라마라, 매우 저예산의 드라마다.
http://spn.edaily.co.kr/entertain/newsRead.asp?sub_cd=EA31&newsid=01161126589786008&DirCode=0010301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0908/h2009080506354091970.htm

5.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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