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타까운 비행, 청연(靑燕)
이쁘장하기만한 그저그런 여배우 장진영을 다시 보게 된 계기는 영화 '소름'을 본 후이다.
소리만으로 사람을 긴장시켰던 그 공포영화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던 것은
바로 김명민과 장진영의 연기였다.
그 후, 오버 더 레인보우, 국화꽃향기, 싱글즈를 보면서 자연스레 그녀의 팬이 되었던 것 같다.
영화 '청연'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 당시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모습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친일영화라는 논란에 휘말려 네티즌의 폭격(저글링 개떼라 부르고 싶다)을 받으며
그 멋진 비행장면도, 장진영의 주연으로서의 재발견도, 그렇게 날아가버렸다.
"결국 이렇게 혼자 또 떠나는구나"라는 청연에서의 마지막 독백처럼
배우 장진영은 결국 그렇게 혼자 가버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고 김대중 전대통령님께서 일기장에 적으셨던 말.
"역사는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며 반복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발전한다."
사회, 역사, 정치에 대해 알기 시작했던 13년 전부터의 내 신념과 같았던 말을 DJ의 일기장에서 보고
잠시 울컥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요즘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있자면, 자꾸만
"역사는 그저 반복될 뿐 전혀 발전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3. 결혼
누구는 내가 상황이 안되서 말만 그렇게 할 뿐, 실제로는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대학시절 육아에 시달리던 사촌형의 집에서 3 년간 하숙한 경험,
많은 위기 끝에 결국 결혼했지만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친구나 선배, 결혼에 목매다는 일부 주위 여자들을 보면서
거기에 원래부터 개인주의적인 성격까지 결합되면서 자연스레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언젠가는 하겠지만 굳이 꼭 하고 싶지는 않다' 뭐 이정도?
그리고 그런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이 자식보다는 빨리 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으니
무언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잡아 인생을 살아가는 대학시절 친구 녀석들과 달리
난 여전히 90년대 중후반 그 시절에 머물러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래저래 씁쓸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