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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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해서 고맙다.

오늘...미국 사는 전전전 여친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와 다른 들뜬 목소리라 뭔 일이라도 있었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랜만의 데이트로 기분이 무척 좋더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

헤어진지 얼마 안되어 다른 사람 만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았을 때의 배신감과
그리고 또 얼마 안되어 그 사람과도 헤어진 녀석을 보았을 때의 고소함.
이딴 몹쓸 감정이 들었을 때가 불과 일년 전인데,
이제는 그저 녀석이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녀석 뿐 아니라, 나와 같은 몹쓸 놈을 만나 마음 고생 많았던 녀석들...
그 녀석들 모두 다 누군가와 만나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살길 기도한다.

그런데 단 한사람 만큼은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도,
정작 그런 모습을 보면 새끼 손톱만큼은 쓰릴 것 같다.
그래도 뭐,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건 뻔히 알기에, 
그저 녀석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며 항상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언젠가는 자그마한 쓰라림도 없이 축북해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2. 무책임


태봉: 근데요 궁금한 게, 아줌마는 왜 내가 결혼 안했을 거라고 단정을 해요? 
        난 그런말 한적 없는데?
지애: 결혼했나 안했나는 눈을 보면 알지.
태봉: 눈이요?
지애: 태봉씨 눈은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그냥 해맑기만 해.
태봉: 책임감?
지애: 유부남들의 눈은, 뭐랄까 조금은 세파에 찌들었달까? 가족에 대한 책임감. 
        어떻게든 버텨나가야 한다는 절박함? 뭐 그런 게 깃들어 있거든.


이제껏 보여주었던 윤상현의 캐릭터를 매우 좋아한다.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바로 찌질거림.
그의 찌질대는 연기를 보며 웃고 즐기고 공감하게 되는 건,
내 안의 찌질거림과 많이 맞닿아 있기 때문일 듯 싶다.

해맑음은 없지만(내게 그딴 게 있을리가..;),
다른 이들이 보는 내 눈에서도 '무책임'이 보일 듯 하다.
연구, 사랑, 인간관계 등 생활이 책임감과 절박함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 그 자체니 말이다.



3. 무책임을 탈피하기 위해서...

무책임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 위해,

일단 TOEIC 공부를 시작했다..-_-a

비록 이틀 공부하고 친 것이지만, 
부끄러운 750점이란 점수를 일단 90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리스닝 허당인 내게 그게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ㅜ.ㅜ;)

그리고 5월...홍콩 학회에 다녀오면,
편안하기 그지 없었던 삶에 절박함도 추가시켜보려 한다.
그동안 아무 내색도 보지 못했던 부모님과 연구실 선후배들, 그리고 몇 남지않은 친구들은 
아마 경악을 금치 못할지도...

무엇인가 절박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만 
무서운 집중력과 노력을 보이는 내 모습을 잘 알기에,
늦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보련다.

인생 뭐 있어? 지 하고 싶은거 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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