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일
뭐 이젠 슬프다거나 하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지만,
친구들 모임에 그 자식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땐 가끔씩 허전한 느낌이 들곤 한다.
2004년 4월 12일, "김태선 님께서 오전 6시에 운명하셨습니다."
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느낌은 아직도 선명한데
벌써 만으로 5년이나 지났다.
그래서 어제 두 달만에 벽제에 가서 녀석을 보고 왔다.
작년까진 먹고사느라 바빠서 오지 못한 친구 녀석들이 참 야속하기도 하고 속으로 실망하기도 했는데,
금년엔 그 와중에 온 친구 녀석들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 뿐이었다.
친구들한테 애교도 떨고,
실없는 농담 연속으로 툭툭 던지고, 개콘 유행어도 따라해주면서 '나 잘했지?ㅋㅋ' 이러기도 하고,
노라조의 슈퍼맨과 내도소를 흥얼거리며 율동도 하면서 편하게 즐기는...
평소 인간관계시의 긴장감을 풀고 아무생각 없이 편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이 녀석들이 참 좋다.
내 저런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친구들이 몇이나 될까?
기껏해야 10명정도?
깊고 좁은 인간관계와 얇고 넓은 인간관계...
가끔 후자인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아주 가끔...
2. 맞선
간만에 배를 두들기며 낮잠자고 있는데
뜬금없이 '여자를 소개시켜줄테니 나가봐라'라는 엄마의 전화...-_-;
몇 년간 매번 3개월을 넘지 않는 아들의 연애가 못마땅하셨나보다.
(그러게 왜 이렇게 개진상 아들을 낳으셨우?;;)
작년까진 아부지가 몇 번 선 보라고 하신적은 있지만,
그 딴거 싫다고 생각도 하지 마시라고 하는 아들의 말에 포기하신 것 같았는데,
난데없는 엄마의 역습!!
Family Wars Episode V - The Mother Strikes Back: I'm your mother!
(아, 이 재미없는 패러디는..-_-;;;)
결혼 생각 없는 거 뻔히 아시는데 선을 보라니,
철없는 아들을 더이상 가만 두고 볼수 없으시단 건가?ㅋㅋㅋㅋ
선이란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여전하지만,
어쨌든 이번엔 효도하는 셈치고 걍 한번 해보기로 했다.
왠지 재미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할일 없는 주말 데이트나 한번 한다고 생각하고 나가드리지 뭐...
부모님께 아들을 얼마나 과대평가 하고 계셨는지 깨닫게 되시는 계기도 될 듯도 하고...
3. 0과 1사이..
위의스타워즈 패러디에 이은 또 다른 패러디질
연애, 디지털이 아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153/346217.html
Q: 친한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헤어졌고, 서로 소개팅도 하면서 살면서 편하게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다른 소개팅하면 기분이 나쁘고, 소개팅 잘될까 봐 노심초사했습니다.
그 녀석과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는데
제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았고, 그렇다고 친구로서 우정은 잃고 싶지도 않고.
이런 친구로써의 관계에 나름 만족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과연 이런 만남이 괜찮은 건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했습니다.
거기에 저 자신도 이해안되는 소유욕과 집착이 생기기도 했구요.
그래서 결국 만취한 어느날 밤 절교를 선언해 버렸습니다.
A:
0. 그런 관계 의외로 적지 않다. 그로 인해 당혹해 하는 인간들 부지기수고.
그리고 그런 관계에 대한 시중의 일반 상담, 대략 유사한 결론 낸다.
확실히 하거나, 끝을 내라고. 결국 시간낭비에 감정 낭비라고.
그 결론에 동의했었지만 지금은 동의 하지 않는다.
오늘은, 그 이야기다.
1. 본인, 그런 거, 적절한 관계라 부른다. 왜? 정말 적절하니까..
상대방은 친구라 생각하는데, 자기는 연인과 친구라고 생각하는 그런 인간관계,
친구일 뿐이냐 하면 끄덕이지 못하겠고 연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 관계.
자신의 기존 인간관계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카테고리를 도통 못찾으니 당황스럽긴 할거다.
그러니 기존 필드에 임의 입력을 하거나 아예 값을 버리고 마는 게라.
그리고 넌 후자를 선택한 거고. 그럼 그거 적절한 대응이냐.
글쎄, 적어도 지금의 난 , 아니라본다.
들판의 꽃이, 이름을 모른다고, 꽃이 아니더냐.
2. 0과 1사이..
무수한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와 달리 자연의 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0과 1사이에도, 무수한 관계, 촘촘히 실재한다.
그저 그 사이 존재하는 관계들에 각각의 제목이 따로 존재하지 않을 뿐이다.
왜? 무서우니까.
내 연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 남다른 관심을 줄 수 있는 자와의 관계, 불확실하다.
그러니 두렵다.
그러다 상처받으면 어쩌고 나만 손해보면 어떡해.
그렇게 보호본능에 본전의식으로, 넌 개진상 짓을 떤거다.
0과 1사이에도 무수한 인간관계들이 존재할 수 있는데,
0과 1로만 관계를 규정지으려하니 소유욕, 집착 같은 쓸데없는 것들이 생겨버려 그 짓을 한거지.
3. 모든 관계의 원칙은 하나다. 행복.
인간관계를 0과 1로만 규정짓는 태도, 0과 1사이에도 무수한 인간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
그 태도에는, 옳고 그름따윈 없는 거다.
0과 1로 한정해도, 틀렸다 말할 권리, 누구에게도 없다.
그 리스크를 누가 대신 감당해 줄 건가.
하지만 같은 이유로 0.64, 0.39, 0.26도,
스스로 그 비용을 감당해 가는한, 틀렸다 말할 권리, 누구에게도 없는거다.
그 관계에서 환희와 탄식, 기쁨과 절망, 행복과 삻의 풍성함을 느낄 수도 있는 거다.
실제로 너도 그렇지 않았었나?
모든 관계의 원칙은 하나다. 행복.
0과 1, 그리고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인간관계 어느것이든
그것을 불안하지만 온전한 하나의 관계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소유욕, 집착 그딴거 개나 줘버려.
그 관계에서 환희와 탄식, 기쁨과 절망, 행복과 삻의 풍성함을 느낄 수도 있는 거다.
실제로 너도 그렇지 않았었나?
모든 관계의 원칙은 하나다. 행복.
0과 1, 그리고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인간관계 어느것이든
그것을 불안하지만 온전한 하나의 관계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소유욕, 집착 그딴거 개나 줘버려.
근데 넌 이미 늦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