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스트라이크존은 넓힐 필요가 있다.

|

미국의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야구광인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는 

그의 저서 <풀하우스>(Full House, 1996)에서 메이저리그의 정규선수들 전체의 평균타율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추이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그림 1).



(그림 1) 메이저리그의 평균 타율 변화 추이(출처: 풀하우스)



그는 "많은 값들이 평균에서 양쪽 방향으로 벗어나지만 결국은 2할6푼 수준으로 회귀하며, 이 평균수준은 투구나 타격이 어느 한쪽의 일시적 우위를 이용해 성스러운 국민적 오락의 안정성을 파괴하려고 위협할 때마다 즉각적인 (야구규칙 제정자들에 의해) 규칙 조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지되어왔다"고 합니다.



평균타율이 2할6푼에서 크게 벗어나면 야구라는 시스템(투타의 밸런스)에 문제가 발생하며

메이저리그의 야구규칙 제정자들은 규칙변경(마운드 높이, 스트라이크존의 크기, 방망이 개조 허용 한계 등)을 통해

평균타율을 2할6푼 수준으로 조정해 왔습니다.



지나친 투고타저도, 지나친 타고투저도 야구라는 시스템의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한국프로야구의 경우는 어떨까요?



(그림 2) 한국프로야구의 평균 타율 변화 추이(자료출처: www.statiz.co.kr)




한국프로야구도 마찬가지로 많은 변화가 있지만 결국에는 2할 6푼으로 회귀함을 알 수 있습니다.

(1982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타율의 평균값은 2할6푼1리 입니다.)

'야구라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이라는 평균타율 2할6푼을 맞춰내다니,

KBO도 생각보다 멍청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2009년 한국프로야구의 평균타율은 2할7푼5리로,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인 1999년의 2할7푼6리 이후 최고기록입니다.

지나친 타고투저로 인해 야구라는 시스템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자 그럼 다음 단계는?

소소한 규칙변경을 통한 평균타율의 조정이겠죠.

사실 KBO는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를 시행했지만,

야구라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는 필요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잡은 격이긴 하지만요.--;)



많은 분들은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로 2010년이 투고타저 시즌이 되면,

관중수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야 팽팽한 투수전을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화끈한 타격전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한국프로야구의 평균타율변화와 총관중수변화 그래프를 그려보았습니다(그림 3, 그림 4).

자료출처는 한국야구위원회(http://www.koreabaseball.com)와 스탯티즈(http://www.statiz.co.kr)입니다.




(그림 3) 연도별 평균타율과 관중수 변화


(그림 4) 평균타율과 관중수의 상관관계



의외로 투고타저 또는 타고투저와 총관중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습니다(상관계수 R = -0.06539).

호쾌한 타격야구를 한 1999년의 총관중수는 2009년의 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고,

대표적인 투고타저 시즌 중 하나인 1995년의 총관중수는 2009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총관중수는 투고타저나 타고투저로 설명하기보다는

큰 구장과 넓은 팬층을 가진 롯데, 두산, LG의 시즌성적, 

그리고 구장은 좁지만 많은 팬을 보유한 기아의 성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스트라이크존을 넓힌다고 해서 총관중수가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응원하는 팀의 득점이 조금 줄어들어도 롯데가 봄 뿐아니라 여름, 가을에도 상위권을 유지한다면

열성적인 부산 팬들은 여전히 야구장을 찾을 것이고,

작년 기아의 호성적으로 숨어있던 타이거즈 팬들이 야구장을 찾은 것처럼

LG가 가을야구를 할 희망을 보여준다면 숨어있던 트윈스 팬들도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길 것입니다.



문제는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스트라이크존의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급격한 변화라는데 있습니다.

KBO는 스트라이크존을 좌우로 공반개 정도씩 늘린다고 했는데,

(http://www.koreabaseball.com/news/news_read.asp?news=notice&id=3583&page=1&s_word=&s_type=)

시범경기를 보면 반개가 아니라 한개반 이상을 늘려 스트라이크존이 태평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도 세계적인 추세인 상하의 변경이 아닌 좌우로의 변경이라뇨...

다시 생각해보니 KBO는 멍청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타자와 투수들도 적응이 필요하지만, 심판들도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게다가 올림픽과 WBC에서도 보았듯, 우리 심판들의 수준은 팬들이 비난하는 것보다는 수준이 높은 편이니,

심판들이 적응해서 일관되게 공반개를 늘린 스트라이크존이 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혼이 실리지 않은 공은 스트라이크가 아니라고 하는 모심판은 제외..;)

상하가 아니라 좌우로 늘린 것에 불만은 있지만, 딱 공 반개 만큼의 좌우폭 변화라면 수긍할 용의는 있습니다.

태평양 존이 아니라 딱 공 반개 만큼이라면 말이죠.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