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약물의 시대 - 과연 KBO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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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nny Being Juiced




지난 5월 8일 MLB 관련 커뮤니티들을 왈칵 뒤엎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MLB리포트] 매니도 약물 적발-50경기 출금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51&article_id=0000002169

위 기사에는 매니가 복용한 약물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하고,
매니는 약물복용은 인정하지만 의사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속기사에 따르면 매니가 복용한 약물은 여성호르몬 유도제인 'HCG'이고,
이것은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혹자는 'HCG'가 여성불임치료제인 것을 들어
'매니가 이미 임신했거나 임신을 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_-;

재미도 없는 농담은 그만하고..;
여성호르몬 유도제인 'HCG'를 남성이 복용할 이유는 딱 두 가지 이다.


1. 성기능 장애 치료
2. 스테로이드 복용 부작용 상쇄

 
1번의 목적이라면 정상참작이 가능하겠지만, '매니가 아무런 항소없이 잘못을 시인했다는 점', '성기능 장애 치료의 목적이라면 금지약물인 HCG 외의 많은 약물로도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많은 이들이 매니의 스테로이드 사용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또한 SFGate에 따르면, 'HCG는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한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준을 감춰주는 효과를 보이는데, 이는 이미 약물복용자로 낙인찍힌 지암비와 본즈가 사용한 Clomid와 유사한 효과'라고 한다.

Manny Ramirez suspended; testosterone ratio exceeded limits; fertility drug reported
http://www.sfgate.com/cgi-bin/article.cgi?f=/c/a/2009/05/08/SPUU17GJQ3.DTL&hw=Manny&sn=003&sc=405
HCG also is a drug that can be used to mask high testosterone levels on steroid tests. It's similar to Clomid, which Bonds and Jason Giambi received from BALCO.

어찌됐건 정황상 매니 역시 스테로이드 복용이 확실한 듯 하다.

Manny being Juiced

후...ㅅㅂ



2. MLB, 그 약물의 시대

매니의 스테로이드 복용(의혹)으로 MLB 역사상 500 홈런을 기록한 25명 중 7명이 약물복용을 시인 했거나 의혹을 받고 있다.

배리 본즈(1위, 762홈런),
새미 소사(6위, 609홈런),
마크 맥과이어(8위, 583홈런),
라파엘 팔메이로(10위, 569홈런),
알렉스 로드리게스(12위, 553홈런),
매니 라미레즈(17위, 553홈런),
게리 쉐필드(25위, 500홈런).


이들은 하나같이 90년대 이후 활약한 선수들이다.
90년대 이후 활약한 500 homer 중에서 아직까지 약물의혹이 없는 이는 613홈런의 켄 그리피 주니어와 545홈런의 짐토미 단 둘뿐이다.
그리고 현역 최고의 타자 3명중 로드와 매니를 제외한 알버트 푸홀스만이 아직까지는 약물복용 의혹에서 자유로울 뿐이다.
아직까지는...


현 MLB 커미셔너 버드 셀릭은 NFL, NHL, NBA에 밀린 MLB의 위상을 현재의 최고 인기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과 그로인해 MLB와 구단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94년 파업으로 인해 최악으로 떨어진 MLB에 인기를 가져다 준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두 명의 약물복용자 맥과이어와 소사가 펼친 세기의 홈런 경쟁이었다.



Two juiced men - Mark McGwire and Sammy Sosa


저 둘의 세기의 홈런 레이스이후
MLB에는 화려한 홈런(장타)의 시대가 열리며 떨어졌던 인기를 회복한다.
그리고 인기회복에 기여했던 장타자들 중 많은 이들이 약물복용을 시인하거나 혹은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는 약물중독자들의 화끈한 홈런 경연에 열광했던 것이다.


약물복용을 시인했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은 금지된 많은 약물이 금지약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본즈의 대부라 불리우는 윌리 메이스조차
지금은 금지약물이 된 각성제 '암페타민' 복용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고,
행크아론까지도 자서전에서 암페타민 복용을 시인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는 그 시기에 락커룸에서 암페타민을 복용하는 선수를 흔히 볼 수 있다고도 하였다.)

결국 1차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인물은 선수들이 아니라,
많은 선수들의 약물복용을 알고서도 MLB의 인기회복을 위해 이를 시정하지 않은,

MLB 커미셔너 버드 셀릭이다!!!

그의 대응이 늦은 것으로 인해 더 많은 선수들이 (지금은 금지된) 약물경쟁에 뛰어들어버렸고,
결과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비난받고 의심받고 있다.



3. KBO의 현실은?


MLB의 약물 논란을 보며 우려되는 건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롯데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호세는 멕시코리그에서 약물복용이 확인되었고,
'Sir. 리오스'라 불리며 두산 뿐 아니라 많은 야구팬들의 귀감이 되었던 다니엘 리오스
일본리그에서 약물복용으로 퇴출되었다.


용병들만 문제인가?


진갑용은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선발 중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되자
"후배에게 대표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일부러 소변시료에 약물을 넣었다."라는 되지도 않는 말로
변명하다 파문이 일자 결국 약물복용을 시인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박명환이 WBC사무국의 도핑테스트에서 양성판정을 받아
'2년간 국제대회출장금지' 처분을 받은바 있다.

그 후 2007년부터 실시된 KBO의 도핑테스트에서 양성판정을 보인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프로야구는 과연 약물청정지역인가?


개인적인 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약물 청정지역처럼 보이는 이유는 단지 KBO의 도핑테스트가 그만큼 허술하기 때문이다.
2008년 KBO의 도핑테스트는 일년에 단 두 차례 시행되었다.
상반기에 한번, 하반기에 한번.
그나마도 전수조사가 아니라 당일 1군 엔트리 중 무작위로 3명을 뽑아서 한다.
거기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검사 3일전 구장의 주차권을 문의하는 방식으로 검사일자를 알려준다고 한다.(어느 기사에서 읽은 것인데 검색을 하니 찾을 수가 없어 확인할수는 없었다..;)
3일이면 중화제 등을 통해 몸속의 약물성분을 배출 또는 중화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 한다.

이런 허술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니
2007년 KBO 최고의 투수가 일본프로야구에서 약물복용으로 퇴출되기도 하는 것이다.

리오스 때문에 금년에도 더욱 강화된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더니,
시즌이 시작되고 한달반이 된 지금까지 관련 기사는 하나도 없다.-_-;


그러면 다른 국가들은 어떤가?


2006년 계도기간을 거쳐 2007년부터 강력히 시행된 일본프로야구의 도핑테스트 규정은 다음과 같다.


공식경기에 있어 실시하는 도핑검사의 경우 당일시합 60분전까지 검사대상 경기임을 구단에 통보하며 경기 외 검사에 대해서는 예고 없이 선수에게 통지한다. 제비봅기에 의해 선택된 선수는 도핑검사를 거부할 수 없으며, 거부시 양성반응과 동일하게 다루어진다.
프로야구선수들의 기본권에 관한 고찰 (2008, 박기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학위논문)
http://naver.nanet.go.kr:8080/dl/CommonView.php?u=rKWyPhN%2BEEDbc9V549yAUvbXWOdGdf05SdhZ78FwQlAAv8cx1nyWrhuy6qyNOEQ3d0QDUcaGIGPw7Yl11smJnw%3D%3D


미국은 어떤가. 같은 논문에 따르면,


MLB에서 뛰는 모든 선수는 적어도 시즌 중 한 차례 이상 무작위로 약물검사를 받게 된다. 특히 약물검사 횟수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아 스테로이드 사용의혹을 받는 선수는 수시로 검사받을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오프시즌에도 미국 출신은 물론 해외에 있는 선수들까지 약물검사가 실시되는 규정을 신설했다.


약물로 홍역을 치른(치르고 있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까지도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한시바삐 전수검사를 시행해야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한날 한시에 받는 전수검사 방식이 아니라 미국처럼,


모든 선수가,
사전통보없이,
횟수제한없이 최소 한 차례 이상,
비시즌중에도,



도핑테스트를 실시해야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프로야구가
약물에 얼룩지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다.




덕아웃의양감독님.jpg는 그냥 보나스..
2시인 경기시간을 5시로 잘못알아 명단에서 제외되었다던데..;;
양신의 신인시절 호리한 몸매와 다른 지금의 후덕한 모습은 그저 나잇살 때문이라 믿는다.
그렇게 기도한다. 제발...

(2010.08.04 추가)
박동희 기자의 양신 은퇴에 관한 인터뷰 중...


잦은 부상과 나이 때문에 많은 야구선수가 약물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당신도 그런 유혹을 한두 번은 받았을 듯싶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야구가 진짜 안 되거나 의욕이 없을 때, 그런 유혹에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 금지약물, 이런 개념이 없을 때 주변에서 “몸에 좋다”며 그런 약물을 권한 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을 바꿨다.

어떻게?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거란 걸 어렴풋이라도 알았기 때문에 죄다 사양했다. 금지약물 개념이 확실해졌을 땐 더욱더 조심했다. 왜냐? 18년 동안 공들여 쌓아둔 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고 명예롭게 은퇴하자’라고 다짐했기 때문에 그런 유혹들을 물리치는 것도 내 입장에선 무척 쉬운 일이었다.


역시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선수다.
당신과 함께 제 젊은 시절의 야구도 함께 보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양준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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