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방나우 날아다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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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나우 날다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나우를 데리고 학교에 가서 산책을 했다.
난 추워서 힘든데, 나우 녀석이 너무 좋아하고, 일욜 저녁시간이라 사람도 없고 해서
목줄을 풀어주고 담배 한대 피며 녀석이 노는 걸 보고 있었다.
그러다 운동도 할 겸 '다 같이 돌자 공대 한바퀴'를 시작했는데...



붉은 광장도 발에 땀나게 뛰어 주고,




혼자 신나게 뛰다가 내가 안보이면 어서 오라고 쳐다 보기도 하고,




벤치 다리, 나무 기둥 등등에 영역 표시도 해주다가...




바로 여기서 대형사고 발생...
정면에서 보면 50 cm정도의 낮은 턱을 마치 자기가 허들 선수가 된 양 달려가서 점프~
무식한건지...용감한건지...무식해서 용감한건지...




하지만 뒷 쪽은 4 m에 가까운 높이의 계단 이었으니...
저 턱을 보는 순간 뒷 쪽이 높은 계단이란 걸 알았지만,
'나우가 설마 저 걸 뛰어넘을까'라고 생각 하는 순간 이미 나우는 뛰어가고 있었고,
목줄도 풀어 놓았기에 제지할 방법은 전무...

쿵 소리와 깨갱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리고,
순간 머리속은 하얘지면서 계단 아래로 미친듯이 뛰어가는 내가 있었다.
계단 위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나우를 보면서
당연히 어딘가가 부러졌을 거라 생각하고 앞뒤 다리와 갈비뼈등을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었고, 조금은 안심하는 순간...




시간이 지나 지금은 저렇게 까맣게 변해버렸지만,
계단위의 시뻘건 핏자국들이 보였고 나우의 입에서는 피가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우를 안고 미친듯이 차를 향해 뛰어가는 내가 있었다.
동물 병원으로 가는 20 여 분의 시간이 마치 몇 시간 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이러다 죽으면 어떡하나, 제발 머리만 다치지 말아라...
왜 동물병원은 주말에 그리 일찍들 닫는지 원망스럽기도 했다.
병원을 향해 가는 동안 나우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계속 핥아댔고,
주로 다니는 병원은 주말이라 벌써 불이 꺼져 있어서 별로 신뢰하지 않는 옆 병원을 가게 되었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나우 씨의 출혈은 이미 멈추었고 다시 팔팔해져서,
병원에서 키우는 고양이랑 노는 어이없는 상황..-_-;(야야야~!, 형이 걱정했다고..;;)
수의사도 별다른 외상은 없으니 3-4일 지켜보라고...(그래, 넌 튼튼하고 멍청한게 매력이었지..;;)

하지만 그 날 밤에 다시 출혈이 시작되고 밥과 간식도 거부...
그 병원은 돌팔이라 생각해서(;;) 다음날 다른 병원을 가보니 역시나 별다른 외상은 없다고..;;
다만 그 때의 충격으로 혹시 모르니 3-4일 지켜보자는 말만...
약과 아픈 강아지용 사료를 먹이며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드디어 어제 밤부터 그동안 안먹던 사료도 먹기시작해서 드디어 마음을 놓게 되었다.
혹시나 머리에 피가 고여있는 것이 아닐까...하며 고민하던 지난 4일...
내가 녀석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2.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성의 경우엔,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예 만나려고도 하지 않는다.
최근에 위태위태 만남을 이어가던 녀석과 만나지 않기로 결심을 하게 된 것도 그 때문...
(뭐 첨부터 사귀지 않는 조건으로 만나기로 했지만..-_-;)

3월부터 선생님으로 일하게 된 녀석이 2월 말 느닷없이 강아지를 입양해야 겠단 말을 한다.
아이파크 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4층에 쿨펫 동물병원에서 조건부 무료입양을 한다고
거기서 상담하고 있다고 바로 오란다.
3월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밤 10시에 자는 생활을 해야할 녀석이
다른 생각 않고 충동적으로 강아지를 입양(그 녀석 입장에선 입양이 아니라 구매였다)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지만,
앞으로 녀석이 크면 나우랑 같이 산책도 시키고 공감할 만한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
까칠하다 싶을정도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입양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녀석에겐 딱 한마디 했다.
책임질 수 없다면 끌어안지 말라고...잘 생각해보고 입양하라고...
진지하게 얘기했건만, 뭔 잔소리냐는 표정이었고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나우'에 맞춰서 '누리'라고 이름도 짓고 며칠은 잘 키우나 싶더니,
엄마가 너무 싫어하신다고 나에게 맡아달라고 온 문자에 한번 실망...
그 날 저녁 환불하고 싶다는 말에 두번 실망...허허..환불?
(게다가 계약서상 교환만 가능하고 환불은 안된다는 것을 입양시 몇번이나 확인했었다...-_-;)
그리고 문득 찾아간 녀석의 싸이에서 후배가 귀엽다고 하니 원하면 언제든 줄 수 있다는 말에 포기...
(사귀지 않고 같이 영화보고 밥먹기 위해 시작한 만남이지만
이 사람과는 그런 시간조차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만난 것을 한 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건만...후...



3.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악인은 없다?

살면서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느낀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다.
우연히도 나와 만나는 동안 두 사람 다 동물을 키웠고, 둘 다 크게 다치거나 죽었다...
요며칠 나우를 걱정하면서 그 당시의 상황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런데 난 그런 상황에서 녀석들의 아픔에 크게 공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같이 키우던 강아지가 크게 다치거나 4마리의 초록복어가 죽어가는 것은
너무 안스럽고 안타까웠고,
그 상황에서 슬퍼하는 여자친구들의 모습에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 했지만,
지금 나우가 다친 상황에서 한 걱정의 반의 반의 반도 안한 것 같다는 거지...
당장의 내 일, 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일 듯 싶다.
그 당시 그 녀석들의 감정을 공감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난 근본부터 그른 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계속 든 한 주였다.

재미있는 건...내가 사랑했던 그 두 녀석이...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난?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나 원래 싸가지 없자나' 이러며 그것을 핑계삼아 맘대로 행동하며
다른 사람 상처받는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까칠하지만 실상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했던 것 같다.
둘 다 나한텐 유리하니까..각자 내 편리한대로 써먹기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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